방어기제

4월 3일 큐티 정지운 목사

마태복음 26장 69-75절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전래동화가 있습니다. 아마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대사는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동화는 산길을 가는 어머니를 호랑이가 잡아먹었습니다. 호랑이는 오누이도 잡아먹기 위해 오누이의 집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오누이가 집 문을 열어주도록 하기 위해 호랑이는 어머니 흉내를 냈지만 오누이는 호랑이인 것을 알아차리고 도망가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는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 자신을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호랑이를 위한 썩은 동아줄과 오누이를 위한 튼튼한 동아줄이 내려왔습니다. 오누이는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고 여동생은 해가, 오빠는 달이 되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이야기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베드로는 예수님을 자그마치 세 번이나 부인합니다. 왜 호언장담하던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것도 세 번이나 강하게 부인할 수 있었을까요? 한마디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고 칭찬까지 받았던 베드로인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베드로의 눈에 보이기에 예수님은 튼튼한 동아줄이 아닌 썩은 동아줄로 보였을 것입니다. 바둑으로 치면 유리하지 않은 수였던 것입니다.

사실 베드로에게 세 번 부인했다는 것은 세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두 번까지는 나는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마지막에는 마음의 변화를 받아서 “아닙니다. 제가 바로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끝까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 튼튼한 동아줄로 보이던 예수님이 갑자기 썩은 동아줄로 보인 것일까요? 세 차례의 질문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베드로는 크레센도 점점 강하게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사실 마가, 누가, 요한은 노코멘트처럼 보이는데 왜 마태는 이렇게 기록했을까요? 심리학 용어로는 방어기제 때문입니다.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란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 매커니즘을 말합니다. 이처럼 베드로가 느낀 불안은 자아에 닥친 위험을 알리는 신호였을 것입니다. 사실 베드로는 용기 있게 공회 바깥 뜰까지 찾아나섰습니다. 그러나 여종의 질문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예수님은 튼튼한 동아줄이 아닌 썩은 동아줄이었습니다. 그 순간 베드로는 예수님의 지위는 땅에 떨어졌고, 예수님의 편에 서면 베드로 자신의 평판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마음에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평판의 우상입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평판의 우상은 왜 생길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게 된 이유는 예수님보다 자기 자신의 평판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붙잡고 있으면 자기 자신의 평판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할 때 베드로는 마음은 예수님과 분리된 것입니다. 이러한 베드로의 모습을 보면서 고난주간을 예수님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바라기는 오늘 하루 예수님이 튼튼한 동아줄도 아닌 썩은 동아줄도 아닌 우리의 생명줄로 붙잡고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고 살아가는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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