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보다 못한 내귀
5월 4일 큐티 정지운 목사
민수기 22장 21-35절
저는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영적 감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감각이 무뎌지면 모든 사역에서 무뎌짐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분별력이 떨어지면 반드시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영적으로 무뎌진 발람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발람에게 모압 고관들과 함께 가라고 허락하신 분은 하나님이신데, 왜 발람이 그들과 함께 갔을 때 하나님께서 진노하셨을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됩니다. 많은 학자들은 하나님께서 발람의 마음과 태도의 변화에 진노하셨음이라고 해석합니다. 자기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모압 고관들과 함께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발람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을 것입니다. 계속 반복되는 단어를 보아도 자기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자기 나귀를 탔고, 발람이 하나님의 길이 아닌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통해서 가장 핵심 되는 것은 나귀는 보는데, 발람은 못 보고 있는 겁니다. 저자는 나귀는 여호와의 사자를 보고 있는데, 발람은 나귀만 보고 있습니다. 영적 감각이 무뎌진 발람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특별히 나귀가 말까지 하고 있는데, 발람은 나귀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31절에 하나님께서 발람의 눈을 밝히시매 손에 칼을 빼든 여호와의 사자를 보게 됩니다. 여호와의 사자는 나귀 때문에 발람이 살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가르쳐줍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귀보다 못한 발람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삶 속에 다양한 만남과 환경을 통해서 세밀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기록된 계시의 말씀이 있기에 특별한 비상의 상황이 아니라면 하나님께서는 이미 기록된 계시의 말씀으로 충분히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다른 방법을 사용하신다면 그것은 우리가 영적으로 무뎌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영적으로 무뎌지지 않도록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고 주님의 영광을 날마다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고 영안이 흐려져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게 됩니다. 바라기는 오늘 하루 나귀도 보는 것을 보지 못한 발람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돌아보며, 나귀를 통해서 굳이 말씀하실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나귀보다 나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