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들녘에서

들판을 걷는다
햇살은 뜨겁지 않고
바람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이름 모를 꽃 하나 피어
나를 바라본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피었다 사라질 작은 존재
 
흔들리는 꽃잎에도 숨 쉬는
창조주의 손길을 그려보다가
걸음을 멈추고
두 손으로 꽃을 감싼다
 
걸음마다 지나온 세월이 떠오른다
한때는 바람처럼 
거침없이 걷기도 했지만
지금은 풀잎 하나 밟을까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나도 저 들꽃처럼
언젠가는 지고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주께서는 기억하신다
어느 여름날 오후
들녘을 걸었던 나의 발자국
이름 없이 피었다 진
꽃의 향기도

저녁 바람에
온 숲을 울리던 매미 소리 멀어지고
구름은 서녘 하늘로 흘러간다
 
하나님이 속삭이는 듯하다
“들풀 하나에도
너의 딛는 걸음마다
나도 있단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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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 무릎 꿇고 기도했던 순간이 떠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