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 무릎 꿇고 기도했던 순간이 떠올라

지난 한 주 동안, 제가 유학했던 고든콘웰 신학대학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석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Sam’s Lecture’라는 이름으로 2년 전 강의 초청을 받았을 때, 분주한 목회 일정과 한 주 동안 영어로 미국 학생들에게 강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저를 특별히 초청해 준 모교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수락했습니다.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캠퍼스에서 한 주를 보내며, 장래 목회자가 될 신학생들과 현재 목회 현장에 있는 사역자들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복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지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장과 부총장, 그리고 학장 교수님도 수업 중에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었고, 청강을 위해 자리에 앉은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복음 전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이 시대에, 그리고 신학대학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미국 전역에서 목회의 부름을 받고 헌신한 이들의 모습은 자랑스럽고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저는 이 학교에 27년 전 입학하며 첫 미국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이 IMF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1998년, 학교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아 감사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머물던 기숙사 방,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매일 앉았던 자리, 수업을 들었던 교실, 예배를 드렸던 채플을 다시 걸어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거의 30년이 되었지만,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캠퍼스의 풍경과 제가 늘 달리던 교정 주위 길은 마치 엊그제처럼 생생했습니다. 저를 볼 때마다 늘 "Smiley!"라고 불러주셨던 더글라스 스튜어트(Douglas Stuart) 구약 교수님이 은퇴 후에 학교에 잠시 오셨는데 저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저를 기억해 주신 그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를 느꼈습니다.
 
수업에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참석했고 교단 배경도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은 모두를 하나가 되게 했습니다. 외국인 교수가 가르치는 수업임에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경청하며 수업을 듣는 미국 학생들이 참 자랑스러웠고, 점심시간에도 더 배우고자 찾아오는 한국학생들을 보면서 미국교회와 한국교회의 미래가 밝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방문 중 가장 뚜렷이 떠오른 장면은, 27년 전 제가 처음 학교에 도착했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마중 나온 학생처장 리타 슐러터(Lita Schlutter)와 남편 댄(Dan)의 차를 타고 캠퍼스에 들어섰을 때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교정에 무릎을 꿇고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유학의 여정 가운데 함께해 주시고, 성령께 이끌리는 삶이 되게 하시며, 주님의 마음을 품은 목자가 되게 하소서.” 그 옛날 기도했던 그 자리에 서서 삶을 돌아보니 걸음걸음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Next
Next

내 생에 가장 잘 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