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132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한 단어도 그냥 스쳐갈 수 없는 책을 만났습니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이 쓴 <이처럼 사소한 것들>입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너무 빨리 읽지 않으려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끼는 시를 읽듯이, 그림을 감상하듯이 읽었지만, 책을 읽기 보단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인공 펄롱은 아버지를 모르는 미혼모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가정부였고 당시 배경에서는 이러한 미혼모는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일 수 있었지만 펄롱의 어머니는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가정부 일을 계속하며 펄롱을 키웠습니다. 펄롱은 다섯 딸을 둔 가장이 되었고 새벽부터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수녀원에서 학대를 당하는 한 소녀를 보게 되었고 결국 그 소녀를 구출해 내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펄롱의 삶은 정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펄롱의 고백은 가끔 우리에게도 다가오는 생각입니다.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밤 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자기 탓이라며 까맣게 태워버린 빵 조각을 포크에 꽂아 구워 먹으면서 목구멍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격과 행복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너무나 사소한 삶의 한 순간에도 고마움에 눈물짓는 펄롱은 세상에서 받은 친절과 배려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갑니다. 이런 그에게 고통 받는 한 아이를 보면서 그를 도와줘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고백은 우리의 눈길을 오랫동안 멈추게 합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마침내 수녀원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펄롱의 발걸음에서 어두운 밤 하늘이 포근하고 온 세상에 부는 바람에 따스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삶이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연속입니다. 그 사소함이 들려주는 소리는 분주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 사소함의 향기는 감사의 노래를 통해서 안으로 스며듭니다. 매일 서녘 하늘에 해가 지고, 봄이면 들판에 꽃들이 피는 것처럼 온 세상은 사소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그 사소함 속에 아름답고 소중한 삶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Next
Next

Together in Christ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