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넘어 기쁨의 세계로

행복과 기쁨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깊이 따져보면 각기 다른 방향의 삶을 보여줍니다. 행복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내면 상태와 관련된다면, 기쁨은 자신의 의식 상태를 넘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납니다. 행복이 자신이 지향하고 노력했던 목적을 이룰 때 누리는 것이라면 기쁨은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 발견되는 만족감입니다. 행복이 주체가 자신이라면, 기쁨은 자신을 초월하여 그 어느 순간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희열입니다. 행복은 참 좋은 감정적인 상태입니다. 기쁨은 행복보다 더욱 고귀한 차원의 환희입니다. 행복을 누리는 상태는 언젠가 끝이 보이지만 기쁨은 세월이 흘러도 지속됩니다.

어린 시절, 저희 시골집에는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있었습니다. 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던 어느 날, 새끼를 가진 소의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외양간을 들여다보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엄마 소는 한참이나 끙끙거리다가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온 입에 거품을 물고 힘겨운 시간을 보낸 후에 송아지는 엄마의 몸을 벗어나 바닥에 툭 떨어졌습니다. 엄마 소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갓 태어난 송아지의 탯줄과 온몸에 엉켜 붙은 것들을 핥아 씻기기 시작했습니다. 송아지는 방금 목욕을 하고 나온 아이처럼 깨끗한 몸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송아지가 태어날 때면 아버지께서 늘 도움을 주셨지만, 그날은 아버지께서 논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고, 지켜보던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엄마 소는 쓰러져 있던 송아지를 입으로 툭툭 쳐서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송아지는 몇 번이나 일어나려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려다 쓰러지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송아지는 마침내 다리에 힘을 주고 반듯하게 일어나 엄마 소 주위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일어난 모습은 제 생애 기억 가운데 가장 깊이 새겨진 한 장면입니다. 그제서야 엄마 소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힘까지 다 쏟은 듯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마치 네 다리가 잘려 그 자리에 주저앉는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주위를 맴도는 자신의 어린 것을 바라보는 엄마 소를 보면서 그 어린 나이였지만 아주 거룩하고 숭고한 체험을 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기쁨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그 날 엄마 소의 모습을 기억하곤 합니다. 그 모습과 함께 막내 동생을 집에서 홀로 낳으시고 땀을 흘리며 기뻐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우리 삶이 나의 행복을 넘어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는 거룩한 기쁨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내려놓고, 나로 인하여 누군가를 한층 더 고양시키는 순간 다가오는 그 거룩한 기쁨의 세계로 들어가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희열은 살아있음에 대한 경이감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그 기쁨은 우리 삶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지극한 아름다움으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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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함을 사랑하기로 했다